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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프런티어] "30조 혈액선별 시장 공략, 세계 10대 체외진단기업 될 것"

소연 피씨엘 대표
수혈용 혈액 세계 최초 다중진단 기술 개발
한마음혈액원에 혈액선별기 첫 납품
코로나 진단키트, RT-PCR,항체,항원 키트 3종 모두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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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새벽 3시 쯤에 퇴근했어요. 시차 때문에 중동 남미 미국 등 해외 바이어들과 전화나 화상 미팅을 하다보니 2개월 넘게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하루 3시간 정도 밖에 못자지만 힘이 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에 일조하고 있다는 보람 때문이죠. 게다가 전 세계 진단업계에 피씨엘은 모르는 사람이 이젠 없거든요."

최근 서울 문정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소연 피씨엘 대표(49)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중국 아시아 유럽 미국 등으로 퍼졌던 코로나19가 남미 서남아시아 중동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진단키트 주문 상담이 끊이지 않아 하루가 모자란다고 했다. 바쁜 일정 때문에 그동안 언론 인터뷰도 마다했던 김 대표는 그나마 오전이어서 자투리 시간이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쉼없이 걸려오는 전화기를 집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피씨엘은 코로나19를 진단하는 대표적인 3가지 기술을 모두 보유한 국내 손꼽히는 진단 전문업체다.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진단, 항원 진단, 항체 진단 제품이 그것이다. RT-PCR과 항체 진단키트를 확보한 곳은 여럿이지만 항원 진단키트를 해외에 수출하는 곳은 두세곳에 불과하다. 그만큼 개발하기 어려워서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진단키트 주문을 하려고 홈페이지를 찾았던 해외 바이어들이 다른 진단제품 소개를 본 뒤 이들 제품까지 주문하고 있다"며 "세계 진단 시장의 최강자인 로슈 애보트 등에 맞설 수 있는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 판도를 흔들어놓겠다"고 했다.
 
◆진단시장 뛰어든 바이러스 전문가

동국대 의생명공학과 교수인 김 대표는 고려대 화학과를 나와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학 실력이 뛰어나 중·고교 시절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했던 그는 수학적 논리를 토대로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데 관심이 많았다. 박사 학위 논문은 에이즈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였다. 사람 몸 속의 압타머를 이용해 에이즈 바이러스가 작용하는 원리를 밝혀냈다. 이런 방식의 연구는 세계에서 처음이었다.

최근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되기 시작한 압타머는 일종의 항체다. DNA 또는 RNA(리보핵산)만으로 구성된 압타머는 단백질 보다 크기가 작고 안정성이 뛰어나다. 일반 항체는 단백질로 구성된 3차원 구조여서 표면 환경이나 온도가 높아지면 활성도가 떨어지고 모양도 바뀐다. 압타머가 기존 항체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것으로 기대받는 이유다.
 
학위를 마치고 2001년 LG화학(당시 LG생명과학)에 입사한 김 대표는 C형 간염 진단 연구를 주로 했다. 그러다 2004년 동국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부터 압타머 연구를 다시 했다. 압타머를 이용한 진단 툴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환경진단부터 시작했다. 당시 새집증후군 등으로 사회적 이슈가 됐던 환경호르몬을 진단하고 없애는 기술을 개발했다. "압타머 기반의 세계 최초 미세먼지 진단기였어요.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기술 표준 제정에 영향을 줄 만큼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았죠."

◆국내에 다중진단 시대 열다

체외진단 연구를 시작한 것도 교수에 임용되고 나서다. 당시 세계 진단시장은 로슈 애보트 루미넥스 등 글로벌기업이 1990년대에 개발한 제품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 원천기술 특허가 만료됐지만 시장의 주도권은 여전히 이들 글로벌 기업들이 잡고 있었다. 그나마 여러가지 질병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다중진단은 루미넥스 제품이 거의 유일하다시피했다.

"루미넥스 제품은 다중진단이었지만 진단 절차가 복잡했어요. 정밀 진단에는 강점을 갖고 있었지만 질병 여부를 스크린하는 데는 부적합했죠. 여러 질병을 동시에 간편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면 승산이 있겠다는 판단이 서더군요."

피씨엘의 핵심 기술인 솔겔(Sol-Gel) 개발에는 꼬박 3년이 걸렸다. 당시 씨젠 등이 RT-PCR 기반 분자진단에서는 다중진단 제품을 내놨지만 면역 진단 분야서는 단일 진단 제품 밖에 없었다. 솔겔이 시장성을 충분히 갖췄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2008년 피씨엘을 세웠다.

30개국에 특허를 낸 솔겔은 3차원 구조의 다중 체외 면역진단 플랫폼이다. 철근같은 바이오 구조물을 세운 뒤 그물을 둘러쳐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인 단백질을 그 안에 가둬두는 방식이다. 단백질이 바닥에 붙어있지 않고 떠있다보니 항원과 잘 반응한다. 애보트의 클리아 기술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단백질을 바닥에 붙여놓는 2차원 구조의 한계를 극복했다. 그는 "항체가 바닥에 붙어 있으면 항원과 붙는 부위가 제대로 노출되지 않아 진단이 이뤄질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며 "2차원 구조의 경우 진단 성공률이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1970년대에 개발된 진단 기술인 엘리사는 항체가 키트 바닥에 고정돼 있다. 이 때문에 반응률은 1% 수준이다. 1980년대에 나온 클리아는 5% 수준이다. 솔겔은 60%를 넘는다. 항체 15개를 원재료로 사용하면 10개 정도가 항원과 반응한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진단제품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원이나 항체 원재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원가경쟁력이 뛰어나다"며 "민감도도 기존 진단기술 대비 1000배 가량 높다"고 했다.

솔겔의 장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혈액 속에 섞여 있는 각종 찌꺼기 때문에 특이도가 떨어지는 문제도 해결했다. 진단에 필요한 단백질만 남고 다른 찌꺼기는 그물망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3차원 구조 덕분이다. 최대 12종의 질병과 혈액형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질병마다 단백질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7가지 형태로 개발했다"며 "솔겔은 유리처럼 투명하고 간섭현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혈액선별 시장에 승부수"

피씨엘이 겨냥하는 주력 시장은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세계 혈액선별 시장이다. 각국의 혈액원이 헌혈 받은 피를 검사하는 시장이다. 현재 에이즈, C형 간염, B형 간염, 매독, T세포 백혈병 등 5개 질병이 대상이다. 세계 혈액선별 시장의 75%를 장악하고 있는 곳은 애보트다. 김 대표는 "기존 제품은 5개 질병을 각각 검사하는 방식을 쓴다"며 "우리는 5개 질병을 한꺼번에 동시 진단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했다.

피씨엘이 2016년 허가를 받은 혈액선별기 '하이수(HiSU)'는 해외에서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서 세계 혈액원 관계자들로부터 호평받았다. 그는 "애보트 로슈 클리포스 등 글로벌 기업들과 나란히 제품을 발표했는데 가장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며 "애보트 제품 이후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혈액선별은 통상 헌혈 후 17시간 내에 이뤄져야 한다. 시간이 더 지나면 혈장 등을 분리하기가 어려워져서다. 이 때문에 혈액원에 납품하는 제품은 낮은 가격에 대량 검사할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허가 기준도 까다롭다. 샘플 5000개로 진단해 100% 맞춰야 허가를 내준다. 김 대표는 "한국과 독일에서 세계 최초로 5개 질병을 동시에 진단하는 제품으로 허가받았다"며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했다.

문제는 시장 진입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제품 기술력은 높이 사지만 납품 실적이 없다보니 해외 혈액원들이 구매를 꺼리고 있어서다. 그는 "제품력이 좋은데 왜 한국 혈액원에서 쓰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피씨엘은 그동안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에 제품을 납품하려했으나 허사였다. 외산 제품만 쓰고 있어서다. 2년 전 입찰에서는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당시 대한적십자사는 특정 외산 제품에 맞게 입찰 조건을 정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논란 때문에 아직도 입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피씨엘은 최근에야 기회를 잡았다. 조달청의 혁신 지향 기술혁신 시제품 구매사업 대상에 선정되면서다. 현재 대한산업보건협회 산하 한마음혈액원에 대당 3억원가량인 하이수 1대를 납품해 설치 중이다. 허가 4년 만에 첫 납품이 성사된 것이다. 김 대표는 "조만간 대한적십자사가 혈액선별기 입찰을 한다"며 "국산 혁신제품을 보급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이번에는 납품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피씨엘은 해외 시장 공략에도 본격 나설 계획이다. 그는 "러시아 인도 이집트 등에서 하이수의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며 "국내서 첫 납품이 이뤄진 만큼 해외서 본격적으로 납품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세계 혈액선별기 시장의 10%를 점유하는 게 목표"라며 "수년 내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압타머 기반 인공혈액 개발할 것"

코로나19 수혜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4월 한 달에만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3581만원의 매출에 그쳤던 이 회사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지속되면서 올해 코로나 진단키트 매출만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코로나 진단키트를 파는 게 아니라 각국의 코로나 상황에 맞게 RT-PCR, 항체, 항원 진단키트를 제안하는 제품 솔루션을 팔고 있다"며 "수익보다는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을 구축하는 기회로도 삼고 있다"고 했다.

피씨엘은 코로나를 계기로 호흡기 진단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코로나19와 독감, 감기를 한꺼번에 검사하는 다중진단제품을 연말께 내놓을 예정이다. 그는 "겨울철이 다가오면 코로나와 독감, 감기를 구별하는 진단 수요가 늘 것"이라며 "현재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사업이 궤도에 올라서면 백신과 인공혈액에도 도전해볼 요량이다. 부작용 없는 감염병 백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기존 진단기술을 통해서다. 인공혈액 사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압타머 기술을 활용해 인공혈액을 개발하고 싶다"고 했다.
 
김 대표의 목표는 세계 10대 체외진단 기업이다. 그는 "로슈 같은 글로벌 기업의 막강한 영업력에 맞서려면 카피 제품이 아닌 차별화된 독자 기술이 절대적"이라며 "매출 1조원이 넘는 세계적 진단 기업으로 키워내겠다"고 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2006210785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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